미국에 살면서 문화 차이를 느끼는 순간은 생각보다 아주 사소한 곳에서 찾아옵니다.
저에게는 어느 날 설거지 건조대에 남아 있던 하얀 물때가 그랬습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건조대를 보면 물이 마른 자리에 하얀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닦아도 며칠 지나면 또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미국 물은 원래 이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하얀 물때가 생기는데 미국에서는 왜 수돗물을 그냥 마실까?”
한국에서는 정수기 물을 마시는 게 익숙했던 저에게는 조금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하얀 물때, 처음에는 조금 찝찝했습니다
처음에는 하얀 자국을 볼 때마다 물이 깨끗하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특히 수도꼭지나 싱크대 주변에도 비슷한 자국이 생기니까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알아보니 이런 하얀 자국은 지역에 따라 물속에 들어 있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 때문에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물을 영어로 Hard Water, 우리말로는 경수라고 합니다. 물이 마르고 나면 미네랄 성분이 표면에 남아서 하얀 자국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물때가 있다고 못 마시는 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하얀 물때가 생기니까 당연히 “이 물을 마셔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물때가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수돗물을 마실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공공 수돗물은 지역 수도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지역에 따라 물의 성분이나 맛도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꼭지에서 바로 물을 받아 마시는 사람도 있고, 냉장고 필터나 별도의 정수 필터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그냥 마시기는 어렵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한국에서 정수기 물을 마시던 저는 아직도 수도꼭지에서 바로 물을 받아 마시는 게 어색합니다.
특히 건조대에 하얀 물때가 생기면 한 번씩 또 생각합니다.
“정말 그냥 마셔도 되는 거야?”
그래서 저희 집은 아직 마시는 물을 마트에서 사다 먹고 있습니다.

살아보니 이런 것도 미국 생활이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큰 문화 차이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오히려 수돗물, 빨래, 장보기처럼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한국과 다른 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닦고 지나갔을 하얀 물때 하나 때문에 미국의 물에 대해 찾아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도 건조대에 하얀 자국이 생기면 닦아냅니다. 그리고 여전히, 물은 마트에서 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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