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바버로 일한다고 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듣습니다.
“한국에서도 미용사였어요?”
저는 한국에서 미용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실제 미용실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자격증은 있었지만 현장에서 손님의 머리를 자르며 경력을 쌓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경력 있는 미용사가 미국으로 건너와 다시 시작한 경우와는 달랐습니다.
기술도 다시 배워야 했고, 영어도 익혀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이 시작했다 싶습니다. 😊
자격증을 따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미국에서 미용 일을 하기 위해 텍사스 라이선스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영어도 어려웠고 시험 내용도 낯설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외우고, 잊어버리면 다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준비해 결국 텍사스 라이선스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 나도 미국에서 일할 수 있구나.”
그런데 실제 바버샵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자격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시험 문제를 푸는 것과 내 앞에 앉아 있는 실제 손님의 머리를 자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첫 손님보다 더 무서웠던 건 ‘첫마디’였습니다
처음 손님이 제 의자에 앉으면 긴장했습니다.
손님은 빠르게 영어로 원하는 머리를 설명했고, 저는 머릿속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 했습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 머리를 어떻게 잘라야 하지?’
클리퍼는 몇 번을 사용해야 하는지, fade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윗머리는 얼마나 남겨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영어까지 알아들어야 했습니다.
가끔은 제가 알아들은 단어가 몇 개밖에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Short.”
“Top.”
“Fade.”
처음에는 그 몇 단어를 붙잡고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손님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서 알아들은 척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한 가지를 확실히 배웠습니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보다 다시 물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머리는 너무 짧게 잘라버리면 다시 붙일 수 없으니까요. 😊

영어책보다 먼저 외운 바버샵 영어
영어가 갑자기 잘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바버샵에서 당장 필요한 짧은 문장부터 하나씩 외웠습니다.
“How about the top?”
위는 어떻게 할까요?
“Do you want it shorter?”
더 짧게 해드릴까요?
“Is this length okay?”
이 정도 길이 괜찮으세요?
“Like this?”
이렇게요?
“Could you say that again, please?”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주 짧은 영어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꼭 필요한 문장이었습니다.
특히 손님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지금도 영어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르는 말을 들었을 때 웃기만 하거나 알아들은 척하기보다 다시 확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손님의 말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다 보니 처음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던 표현들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Just a trim.”
많이 자르지 말고 조금만 다듬어 달라는 뜻입니다.
“Leave the top longer.”
윗머리는 길게 남겨 달라는 뜻입니다.
“Not too short.”
너무 짧게 자르지 말아 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커트가 거의 끝났을 때 손님이 말합니다.
“Can you take a little more off?”
조금만 더 잘라 달라는 뜻입니다.
책으로 외웠다면 금방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 손님에게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다 보니 상황과 함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에게 바버샵은 일터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영어 교실이었습니다.
영어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결국 ‘기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만 잘하면 미국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일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영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실제로 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습니다.
같은 fade라도 손님의 머리 모양과 모질에 따라 결과가 달랐고, 클리퍼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라인을 연결하는 감각도 경험이 쌓여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를 알아들었다고 커트가 저절로 잘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영어와 기술을 함께 배워야 했습니다.
어떤 날은 손님의 머리가 마음에 들게 나와서
“오~ 오늘 좀 잘했는데?”
하면서 기분 좋게 집에 갑니다. ㅎㅎ
그런데 또 어떤 날은 집에 와서
“내가 오늘 왜 그랬지?”
하면서 하루 종일 했던 커트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배우고 있습니다.

미국 바버샵에서 일해보니, 진짜 필요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처음부터 영어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기술이 뛰어났던 것도 아닙니다.
제가 계속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르는 것을 다시 묻고, 부족한 기술은 다시 연습하고, 다음 손님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며 제가 배운 것은 단순히 영어 표현이나 커트 기술만은 아니었습니다.
모르면 다시 물어보는 것.
실수했다면 왜 그랬는지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것.
이 세 가지가 저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공부 방법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
가끔 예전의 저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자격증만 가지고 실제 미용 일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미국에 와서 다시 시험을 준비하고, 영어 때문에 긴장하면서 라이선스를 받고, 이제는 실제 미국 손님의 머리를 자르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영어도 더 배워야 하고 기술도 계속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는 완벽한 바버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늦게 새로운 일을 시작한 초보 바버가 실제로 겪고, 실수하고, 배우면서 알게 된 것을 솔직하게 기록하려고 합니다.
혹시 저처럼 영어가 걱정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저 사람도 처음에는 저랬구나.”
하고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손님의 영어도 척척 알아듣고 바버 기술도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겠지요. 😊
오늘도 하나씩 배우는 중입니다.
참고
텍사스의 Barbering/Cosmetology 라이선스 자격이나 시험 절차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준비하고 일하면서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실제 라이선스를 준비하시는 분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절차가 다를 수 있으므로 신청 당시 Texas Department of Licensing and Regulation(TDLR)의 공식 정보를 함께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TDLR (tdlr.texas.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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